[김태우] 미국의 북핵대응 기조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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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caption class="image-caption">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figcap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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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1일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청문회에는 정보기관 수장들이 총출동하여 북핵 위협에 대해 증언하는 진풍경이 벌어졌습니다. 미국에는 18개의 정보기관이 있는데,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연방수사국(FBI), 국방정보국(DIA) 등이 대표적인 정보기관이지만 육해공군과 해병대, 국무부, 국토안보부, 해안경비대 등에도 정보기관이 있습니다. 이 기관들을 총괄하는 것이 국가정보국장(DNI)입니다. 이날 청문회에는 국가정보국장을 위시하여 CIA, FBI, DIA 등의 수장들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애브릴 헤인스(Avril D. Haines) 국가정보국장은 각 정보기관의 분석을 종합하여 만든 ‘미국 정보커뮤니티의 연례 위협평가’라는 보고서에 의거하여 증언을 했습니다. 그는 “핵무력 증강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협상을 통해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면서 “때문에 북한의 핵사용을 저지하기 위한 군사적 압박을 가하고 핵개발과 생산에 필요한 자금조달을 차단하는데 더욱 집중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북한은 2022년 중반부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핵실험 재개 준비를 했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미사일 방어망을 회피하는 공격역량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 더욱 강력한 미사일 전력을 구축하여 미국과 동맹국들에 대한 위협 수위를 높이기 위해 노력과 투자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보기관들의 이러한 분석은 향후 미국의 북핵 대응기조가 변화할 것을 예고하는 것입니다. 즉, 핵외교와 협상을 통해 북한 비핵화를 끌어내겠다는 지금까지의 기조를 군사적 압박을 통해 북한의 핵사용을 억제하는데 초점을 맞추면서 자금 및 부품 조달을 차단하여 북한의 핵무기 생산을 저지하는 쪽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입니다. 이와 함께, 애브릴 헤인스 국장은 북·중·러 또는 북·중·러·이란 간 군사협력에 대해 우려를 표방하면서 이들의 협력이 한미 동맹 수준으로 발전하기는 어렵겠지만 국제사회의 비확산 규범을 훼손할 수 있음을 경고했습니다. 이는 이들 국가들이 무력을 통한 현상변경을 시도하면서 세계 핵질서를 흔들고 있음을 지적한 것입니다. 같은 시기에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 사령관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북핵대응 전략의 초점이 북한 핵 개발 저지에서 핵사용 방지로 바뀌었다”고 말하면서 청문회 증언과 같은 견해를 밝혔습니다.
미 정보기관들의 이번 증언은 미국의 북핵대응 전략의 변화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으로써 의미가 크지만, 한미 정부나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외교를 통한 북핵 포기가 불가하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북한은 2012년 개정헌법에 ‘불패의 핵보유국’을 명시했고, 2013년에 ‘경제건설‧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선포하고 ‘핵보유법’을 제정했으며, 2017년에는 ‘국가핵무력 완성’을 선언했습니다. 2022년에는 핵보유법에 이어 핵사용 의지를 더욱 구체화한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했고, 2023년 개정헌법에는 ‘핵무기 발전 고도화’를 명시했습니다. 이렇듯 북한이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핵사용 독트린을 천명하는 법제정을 계속하는 것이나 매년 100여 발의 미사일을 쏘고 핵탑재 잠수함 건조에 열을 올리는 것을 지켜보아온 전문가라면 ‘협상을 통한 북한 비핵화’가 외교적 수사에 지나지 않음을 충분히 알 수 있습니다. 한미 정부도 이미 얼마 전부터 북핵대응 기조를 이 방향으로 바꾸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23년 4월 워싱턴선언 이후 전략폭격기, 전략핵잠수함 등의 전개를 통해 북핵 사용에 대한 응징 태세를 과시하는 훈련을 반복해온 것, 미국이 한미 국방장관 회담, 정상회담 등을 통해 북한이 핵을 사용하면 북한정권은 종말을 맞이할 것이라는 경고를 반복해온 것, 2023년 8월 캠프 데이비드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세 나라가 북핵 정보와 경보를 공유하고 합동 군사훈련을 실시하기로 합의한 것, 현재도 한미가 한국의 재래군사력과 미국의 핵군사력 간의 통합 운용(CNI)을 통해 북핵을 응징하는 맞춤형확장억제전략(TDS)을 다듬어가고 있는 것, 한미군이 핵위기에 대한 단계별 대응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확장억제수단 운용연습(DSC TTX)을 실시하고 있는 것 등이 그 증거입니다.
그렇다면, 이제부터 한미 양국이 북핵위협을 상쇄·억제하기 위한 확장억제 강화를 계속해 나갈 것이 분명해 보입니다. 이런 식의 핵경쟁은 남북한에게 결코 이롭지 못하겠지만, 경제적 빈곤 상태인 북한에게는 더욱 가혹한 부담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이는 한국이나 미국이 원하는 길이 아니며 북한이 강요한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때문에 북한이 생각을 바꾼다면 이 위험한 핵대치를 종식시킬 수도 있습니다.
** 이 칼럼 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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